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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위기와 억제전략의 민낯 (억제전략, 경제제재, 출구전략)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9. 1.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다시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과 관련된 시각 자료를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사일 생산을 오히려 늘렸다고 맞받아치는 상황입니다. 군에서 수십 년을 보낸 저로서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습니다. 문제는 양측 모두 강한 메시지를 쏟아내면서도, 이 대립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확한 그림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억제전략, 힘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억제전략(deterrence strategy)이란 상대방이 도발을 감행했을 때 감당해야 할 비용이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행동 자체를 막는 전략입니다. 단순히 "우리가 강하다"는 선언이 아니라, 상대가 그 강함을 실제로 믿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선언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 핵심입니다.

 

저도 처음 군에 들어갔을 때는 억제력이 곧 무기의 숫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미사일, 더 강한 전차, 더 정밀한 항공기. 그런데 실제 작전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탄약이 있어도 보급로가 끊기면 쏠 수 없고, 미사일이 있어도 정비 인력이 없으면 발사대에서 녹슬 뿐입니다. 결국 억제력은 단일 무기체계가 아니라 군수지원(logistics), 즉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보급과 정비 능력 전체에서 나온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미국이 이번에 군사적 선택지를 열어두면서도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교과서적인 접근입니다.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확전을 경계하는 발언을 함께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힘을 과시하되, 상대가 물러설 공간도 남겨두는 것. 이것이 억제전략의 기본입니다.

 

다만 여기서 제가 우려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강한 발언이 반복되면 억제 효과가 희석될 수 있습니다. 위협의 빈도가 높아질수록 상대는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외교적 수사로 간주하기 시작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하르그섬 공습 영상을 올린 것이 강력한 신호인 것은 맞지만, 이런 방식의 메시지가 반복될 경우 오히려 이란에게 "저건 쇼다"라는 해석 공간을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경제제재, 만능 열쇠가 아닌 양날의 검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s)란 특정 국가의 무역, 금융, 에너지 거래를 차단하거나 제한함으로써 경제적 압박을 가해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입니다. 군사력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상대방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분쟁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베선트 재무장관이 "이란 경제가 몇 주, 혹은 몇 달 내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분명 강한 메시지입니다. 실제로 이란이 하르그섬을 통해 수출하는 원유가 봉쇄되거나 구매 국가들이 이탈한다면 이란 정부의 재정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이 G20 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유럽 연합 등의 지지를 끌어내고, 중국과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라는 원칙적 합의를 확인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방향의 움직임입니다.

 

그런데 저는 "경제를 압박하면 반드시 굴복한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란을 포함한 여러 사례를 보면, 경제 제재가 정권의 정책 변화를 이끌기도 했지만 반대로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고 정권의 내부 결속을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수십 년간의 제재 속에서도 핵·미사일 능력을 키워온 것을 우리는 직접 목격하고 있지 않습니까. 베선트 장관이 "중국의 협조 없이도 제재는 성공 가능하다"고 단언한 것도 저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이 이란 원유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의 동참 없는 제재의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아래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경험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1. 제재 참여국의 범위가 충분히 넓어야 하며, 특히 이란의 주요 교역국이 포함되어야 한다.
  2. 제재 회피 경로(우회 수출, 제3국 중계 거래 등)를 차단하는 정밀한 집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3. 경제 압박과 동시에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협상 출구가 제시되어야 한다.
  4. 제재 장기화가 해당 국가 민간인의 생활에 과도한 피해를 줄 경우, 국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베선트 장관도 "궁극적 목표는 경제 붕괴 자체가 아니라 이란이 정책을 수정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란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제재가 해제되는지, 그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 출구가 불분명하면 이란 입장에서는 굴복해도 얻는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반격 예고, 숫자를 있는 그대로 믿지 마라

이란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는 이란 정규군과 별개로 운영되는 엘리트 군사 조직으로,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외 군사 작전을 주도하는 핵심 세력입니다. 이번에 혁명수비대가 "미사일 무기고의 90%가 보존되어 있으며 생산률도 오히려 높아졌다"고 발표한 것은 강한 심리전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전쟁 상황에서 양측이 발표하는 전력 수치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군사정보(military intelligence)란 공개 발표 숫자가 아니라 실제 생산 시설의 가동 상태, 원자재 조달 능력, 정비 인력 현황, 지휘통제체계의 온전함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이란이 미사일 생산을 복구했다고 주장하더라도, 핵심 부품 조달이 차단되거나 생산 시설이 정밀 타격을 받았다면 실제 전투 가용 능력은 발표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반면 이란의 발표를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이란이 실제로 상당한 재래식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정황에서 확인됩니다. 아랍에미리트가 자국 영해에서 이란 드론을 추가 요격하며 강력히 규탄한 사실이나, 국제 유가가 3% 이상 급등한 것은 시장이 이 위협을 실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에너지 시장 데이터를 보면(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 EIA)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로,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유가는 즉각적으로 반응해 왔습니다.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직접적인 전쟁을 추구하지 않으며 대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하면서도 "공격을 받으면 강력하게 보복하겠다"는 경고를 함께 내놓은 것은, 내부적으로도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이란 지도부의 복잡한 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협상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출구전략 없는 대립이 우리에게 남기는 숙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군사적 또는 정치적 대립에서 어떤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개입을 종료하거나 긴장을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 계획입니다. 군에서는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상태가 되면 임무가 완료된 것인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기준이 없으면 작전은 끝을 모르고 표류하게 됩니다.

 

이번 미·이란 대립을 보면서 가장 제가 불안한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미국은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동시에 올리고 있고, 이란은 보복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쪽도 "이 조건이 충족되면 우리는 물러선다"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양측의 의도와 무관하게 작은 충돌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확전(escalation)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확전이란 분쟁의 강도나 범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 급격하게 커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그 충격은 미·이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동북아 공급망 전체에 직격탄이 됩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안보 자세도 명확합니다. 강대국의 화려한 수사나 언론 발표의 숫자에 흔들리지 않고, 실제 군수 지속 능력과 공급망 파급 효과를 차갑게 계산하며 최악의 확전 상황까지 대비하는 실용적 안보 체계를 다지는 것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실제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가요?

A: 양국 모두 전면전이 가져올 파국적 비용을 인지하고 있어 공습과 메시지를 통한 '제한적 억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명확한 출구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 현장 충돌이 발생할 경우 통제 불능의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Q2. 군 경험자의 시각에서 무기 수치나 전력 발표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전쟁터에서의 실제 전투력은 단순 무기 수량이 아니라 정비 인력, 탄약 수급, 부품 공급망, 지휘통제체계가 결합된 '군수지원(Logistics)'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발표된 숫자는 심리전 요소가 강하므로 실질 가동률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Q3.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한국 경제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며,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유통량의 20%가 지나는 요충지입니다. 이 지역의 봉쇄나 충돌은 물가 상승과 에너지 수급 차질로 직결되므로 한국 안보와 경제의 직접적 변수가 됩니다.


※ 본 글은 수십 년간의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 안보·국제정세 칼럼이며, 정부나 특정 기관의 공식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zJUr0SU4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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