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함이 바다에 떠오르는 순간을 '완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2026년 9월 30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광개토-III Batch-II의 마지막 함정인 대호 김종서함이 진수됐습니다. 오랜 기간 군 조직을 운영해 온 저로서는 이 장면이 단순한 완공 행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수식은 끝이 아니라 전투력을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것, 저는 그것을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1. 건조기술: 조선소가 만들어낸 것의 진짜 무게
대호 김종서함은 전체 길이 약 170m, 만재배수량 8,200t급의 이지스 구축함입니다. 정조대왕급이라 불리는 광개토-III Batch-II 계열의 3번함으로, 선도함인 정조대왕함, 2번함 다산 정약용함에 이은 마지막 함정입니다. 함명은 조선 초기 북방 영토를 개척한 김종서 장군에서 따왔습니다.
이 함정에는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가 탑재됩니다. 이지스 전투체계란 레이더 탐지부터 표적 추적, 무장 발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운용하는 함정 전투 관리 시스템을 말합니다. 탄도탄 탐지와 요격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의 해상 기반 전력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에 국내 독자 개발한 통합소나체계(Integrated Sonar System)가 적용됩니다. 통합소나체계란 수중 음파를 활용해 잠수함과 어뢰 등 수중 위협을 탐지·식별·추적하는 대잠전(Anti-Submarine Warfare) 핵심 장비입니다. 대잠전이란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는 수중 전투 작전을 뜻합니다. 이 두 가지를 국내 기술로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했다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입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이 사업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도 공정 지연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유사·중복 공정을 통합하고 시운전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건조 일정을 단축한 결과입니다(출처: 방위사업청). 저는 이 부분에서 조직 관리의 관점으로 생각해봤습니다. 군에서도 일정이 촉박할 때 공정 통합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품질과 속도를 동시에 잡으려면 관계 기관 사이의 신뢰와 협업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형 전투함을 독자 설계·건조하고 복수의 무기체계를 통합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 세계에서 극소수입니다. 다만 저는 이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정 한 척의 건조 기술과 해군력 전체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해군국은 항공전력, 잠수함, 군수지원함, 위성·정찰체계까지 하나의 네트워크로 운용합니다. 우리가 이번에 확보한 것은 그 첫 번째 조각이지, 완성된 퍼즐이 아닙니다.
2. 전투력: 레이더가 켜진다고 전투력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새 장비가 들어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기대에 차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투력이 생기는 건 그 이후입니다. 장비 특성을 이해하고, 고장을 관리하고, 정비 절차를 숙달하고, 실제 상황을 가정한 반복 훈련을 쌓아야 비로소 하나의 전투력으로 완성됩니다. 함정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조대왕함의 2026년 환태평양 연합 훈련(RIMPAC) 참가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RIMPAC이란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군 연합 훈련으로, 매년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실시됩니다. 올해 정조대왕함은 6월부터 9월까지 하와이 미 해군 훈련 시설에서 연합 탄도탄 탐지·추적 훈련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이번 RIMPAC에서 우리 해군은 처음으로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CFTF) 임무를 맡았습니다. 단순히 최신 함정을 보유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다국적 연합 해양작전을 실제로 계획하고 지휘하는 능력을 검증한 것입니다(출처: 대한민국 해군).
📌 실전 전투력을 완성하는 5대 핵심 요소
| 구분 | 핵심 검증 항목 | 지휘관의 야전 인사이트 |
| 1. C4I 연동 속도 | 이지스 체계와 지휘통제망의 연동 | 탐지 정보를 신속히 판단해 무장으로 연결하는 속도 |
| 2. 통합소나 숙련도 | 수중 표적 탐지 및 전술 대응 | 승조원의 수중 위협 식별 및 전술적 반응 시간 단축 |
| 3. 복합 위협 대응 | CIWS의 대(對)UAV 대응 능력 | 드론 및 저비용 무인체계 표적 동시 교전 능력 |
| 4. 네트워크 연결성 | 함대 내 개별 함정 간 통신망 | 함대 전체의 전술 데이터링크 통합 운용 |
| 5. 군수지원체계 | 후방 군수 및 승조원 교대 | 장기간 작전 시 연료, 탄약, 부품의 지속적 공급 |
특히 세 번째 항목에서 대호 김종서함은 기존 1, 2번함과 차별화됩니다. 최근 전장 환경에서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됐기 때문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이와 관련해 1, 2번함의 CIWS 성능 개량도 미 해군과 협력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소급 성능 개량은 처음부터 개량 가능성을 열어두고 설계한 플랫폼에서만 가능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이미 그 가능성을 확보해뒀다는 점이 이 사업의 조용한 성과 중 하나라고 봅니다.
3. 전력화: 진수식 이후가 진짜 시험입니다
다산 정약용함은 현재 시운전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2026년 12월 해군 인도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호 김종서함은 2026년 9월 30일 진수 이후 시운전과 시험평가(OT&E)를 거쳐 2027년 12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시험평가란 함정이 실제 작전 환경에서 설계 성능을 충족하는지 검증하는 공식 평가 절차입니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해군 작전 부대에 편입됩니다.
저는 군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할 때 항상 '가장 좋은 상황'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가'를 먼저 따졌습니다. 대호 김종서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사시 복합 위협이 동시다발로 발생했을 때 얼마나 오랜 기간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진정한 평가 기준입니다.
지속적인 성능개량 능력도 전력화 이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군함은 한번 건조하면 수십 년을 운용합니다. 그 기간 동안 적의 미사일, 드론, 전자전 기술도 계속 진화합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신형 무기체계 연동 가능성을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외형만 최신인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업에서 국내 독자 통합소나체계와 한국형수직발사체계-II(K-VLS II)를 적용한 경험은 그 기반을 쌓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형수직발사체계-II란 함정에서 다종의 미사일을 수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국내 개발 발사 시스템으로, 탑재 무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장비입니다.
📝 글을 마치며
제가 이번 진수식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화려한 행사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이 함정이 앞으로 어떤 훈련을 쌓고, 어떤 승조원들을 키우며, 얼마나 오랫동안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인지였습니다.
"무기를 갖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무기를 언제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조직과 사람을 만드는 것."
이것이 제가 오랜 군 생활을 통해 얻은 확신입니다. 대호 김종서함의 진수는 대한민국 조선·방산 기술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상징입니다.
함대 전체의 네트워크 연결성과 지속작전능력까지 함께 성장할 때, 대호 김종서함은 진수식이 아닌 임무 수행으로 그 진짜 가치를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면책조항 및 안내 (Disclaimer)]
본 포스팅은 공개된 국방 언론 보도 및 공공 데이터(방위사업청, 해군 등)를 바탕으로 작성된 필자(34년 군 경력)의 주관적·전문적 안보 분석 글입니다. 본 글은 정부나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정확한 국방 정책 및 무기체계 정보는 정부 공식 발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