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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한광훈련의 실상: 전직 군인이 본 분산방공과 생존 전술의 핵심 (치고빠지기, 분산방공, 전투지속능력)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9. 11.

좋은 무기를 많이 가진 군대가 전쟁에서 이긴다는 생각, 군 생활을 해보기 전까지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군 복무를 하면서 체감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장비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살아남아 다시 싸울 수 있느냐'였습니다. 대만 한광훈련을 보면서 그 감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치고 빠지기, 그게 정말 훈련이 될까요?

대만군이 이번 한광훈련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 중 하나는 천궁 미사일의 기동식 전개였습니다. 미사일 발사대를 시내 한복판에 배치했다가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위치로 이동하고, 다시 전개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그게 훈련이 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건 매우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기동식 전개(Mobile Deployment)란 특정 위치에 고정되지 않고 이동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한곳에 머물지 않는 전술입니다. 현대전에서 정찰위성, 무인기, 전자정보 수집체계가 고도화된 상황에서는 아무리 위장을 잘해도 한곳에 오래 있으면 위치가 노출됩니다. 거기에 SNS까지 더해지면 대만처럼 내부 첩보망이 우려되는 환경에서는 더더욱 고정 운용이 위험합니다.

 

탐지-판단-교전-철수-재전개(OODA Loop 기반 생존 사이클)란 적이 나를 발견하기 전에 먼저 쏘고 빠져나오는 전체 과정을 반복하는 개념입니다. 방공부대의 생존성은 미사일의 사거리보다 이 사이클을 얼마나 빠르게 돌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군 생활 경험상 부대가 한 위치에 고착되는 순간 전술적 주도권은 상대방에게 넘어갑니다. 이동이 곧 생존입니다.

 

대만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벤치마킹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공권을 상실한 상황에서 방공자산을 마구 쏘는 대신, 적의 고가치 표적을 선별해 정밀 타격하고 즉시 이동하는 이른바 '저격총식 대공 방어' 개념입니다. 포병에서 말하는 '쏘고 이동한다(Shoot and Scoot)'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한 번 강하게 치는 것보다 들키지 않고 반복적으로 전투력을 행사하는 것이 제한된 자원을 가진 쪽의 현명한 선택입니다.

분산방공, 기지가 파괴되면 끝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항공기는 활주로와 격납고가 있어야 작전한다는 상식, 맞습니까? 저는 이번 훈련을 보면서 그 상식을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대만군은 공군기지가 파괴될 상황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도로·공터·임시 야지(野地)에서 헬기 무장과 급유를 완료하는 긴급 재보급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분산방공(Dispersed Air Defense)이란 항공기와 방공자산을 특정 기지에 집중시키지 않고 넓은 지역에 분산 배치해 생존성을 높이는 개념입니다. 적의 입장에서 보면 타격해야 할 목표가 훨씬 많아지고, 단 몇 발의 미사일로 항공전력 전체를 무력화하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플렉시블 탱크(Flexible Tank)를 활용한 야전 급유였습니다. 플렉시블 탱크란 고무 재질로 만든 휴대 가능한 연료 저장 용기로, 공터 어디서든 빠르게 설치해 항공기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대만군은 이 방식으로 단 7분 만에 아파치 헬기 재보급을 완료했습니다. 7분이 짧아 보일 수 있지만 이건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닙니다. 적의 다음 공격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곳에 체류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전술적 의미가 있습니다.

 

훈련 현장에서는 드론 공격에 대비한 안티드론 건(Anti-Drone Gun) 운용과 소총 경계도 병행됐습니다. 지상 요원과 조종사 간 통신선 연결을 통해 교신을 유지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세부 절차가 실제 전장에서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보급 7분이 가능한 건 장비 덕분만이 아니라 절차가 몸에 밴 훈련 덕분입니다.

 

한국도 주요 공군기지와 방공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쟁 초기 정밀타격으로 핵심 기지 몇 곳이 기능을 잃는다면, 분산된 야전 운용체계가 없는 군은 그 순간부터 항공지원이 끊깁니다.

전투지속능력, 총을 쏘는 것만이 전투가 아닙니다

전투지속능력(Sustainment Capability)이란 탄약, 연료, 정비, 통신, 의무지원이 끊기지 않고 전투부대가 작전을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제가 군 생활에서 가장 실감한 교훈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무리 용감하고 장비가 좋아도 보급이 끊기면 사흘을 못 버팁니다.

 

대만군의 TCCC 훈련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TCCC(Tactical Combat Casualty Care)란 전술 전투 부상자 처치를 뜻하며, 전장에서 즉각적인 응급처치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토콜입니다. 병원이나 의무시설이 정상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는 전쟁 초기, 현장에서의 첫 번째 처치가 생사를 결정합니다.

 

더 인상적인 건 훈련 참여 인원 상당수가 예비군이라는 점입니다. 현역 의무관의 지도하에 부상 등급별 분류(Triage·트리아지)와 긴급 처치를 실제 매뉴얼대로 수행하는 예비군의 모습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트리아지란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부상 중증도에 따라 처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훈련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 있다는 것 자체가 대만의 방위 의지를 보여줍니다.

 

한국의 예비군 훈련과 비교하면 솔직히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저도 예비군 훈련을 받아봤지만, TCCC 수준의 실전적 처치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쟁은 현역만 하는 게 아닙니다. 동원되는 예비군이 부상자 처치를 얼마나 능숙하게 할 수 있느냐가 전체 전투지속능력에 직결됩니다.

 

한광훈련이 보여준 전투지속능력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방공부대의 신속한 기동 전개와 위치 변경으로 생존성 확보
  2. 분산된 야전 급유·무장 체계로 기지 의존도 최소화
  3. 예비군을 포함한 TCCC 훈련으로 전장 의료 역량 내재화
  4. 지휘통신 유지와 현장 요원 간 절차 숙달로 작전 연속성 보장

이 네 가지는 개별 능력이 아닙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흔들리는 유기적 체계입니다.

대만 문제는 한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대만전쟁 시나리오를 남의 나라 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대만전쟁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미국이 개입해 중국의 침공을 저지할 경우에도 미 해군은 막대한 전력 손실과 수천 명의 사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미국이 이긴다고 해도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미국은 다른 지역 분쟁의 여파로 패트리어트 등 방어용 미사일 재고가 소모되고 있고, 아시아태평양에 전개된 항모 전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공백기를 중국이 어떻게 인식할지는 충분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유사시 미국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가정은 동맹을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동맹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스스로의 방어역량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경제적 연결고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무역협회(KITA) 자료에서도 확인되듯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공급망에서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대만의 최대 무역 적자국이 한국일 정도입니다.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해운, 보험, 에너지, 반도체,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퍼집니다. 군사안보와 경제안보를 따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중국이 전면 상륙작전보다 해상·공중 봉쇄, 사이버 공격, 경제 압박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이른바 '말라 죽기'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 방식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전쟁이 시작됐는지 끝났는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항구 물류가 줄고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지며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하이브리드 위기 속에서, 대만의 방위 태세와 생존 전술은 단순히 남의 나라 군사 훈련에 그치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살아남아 싸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한반도라는 엄혹한 정세 속에서 우리 군과 국가 안보 전략이 끊임없이 던져야 할 본질적인 화두입니다.


본 글에 언급된 시뮬레이션 및 무역 관련 데이터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및 한국무역협회(KITA)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적인 군 복무 경험과 군사 전술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된 분석 글로써, 정부나 국방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GRvd8WiskI&t=25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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