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군에 몸담았던 저로서는, 대만 해협 문제를 뉴스로 접할 때마다 단순한 서태평양의 지역 분쟁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보 지형이 거세게 흔들리는 소리로 들리곤 합니다. 최근 미국과 대만의 군사협력이 눈에 띄게 구체화되고,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압박 수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말보다 실질적인 준비에서 진짜 억지력이 나온다는 것은 제가 군 생활 내내 뼈저리게 느낀 안보 원칙인데, 지금 대만 해협에서 그 원칙이 거대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전직 군인의 눈으로 그 군사적 실체와 쟁점을 냉정하게 짚어보겠습니다.
미국과 대만의 군사협력, 억지력의 실체가 달라지고 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만군이 미국 주도의 '웨스턴 스트라이크(Western Strike)' 훈련에 여단급 편제로 참여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입니다. 여기서 여단급 편제란 단순한 참관이나 소규모 파견이 아니라, 실제 전투 단위로 편성되어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이건 군사 교류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제가 군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연합훈련의 깊이가 곧 동맹의 실질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악수하고 사진 찍는 것과 실제로 같은 전장에서 같은 교범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웨스턴 스트라이크 훈련에서 대만군이 여단급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미국이 대만 유사시 시나리오를 실제 작전 계획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필리핀에서 진행된 발리카탄(Balikatan) 훈련도 같은 맥락입니다. 발리카탄은 원래 미국과 필리핀의 양자 훈련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성격이 변했습니다. 대만의 하이마스(HIMARS) 미사일 실사격 훈련과 연계해 보면, 과거와 달리 중국 본토를 향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실제로 구현하는 연습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여기서 A2/AD란 적이 특정 해역이나 영공에 접근하거나 작전하지 못하도록 원거리에서 차단하는 전략 개념을 뜻합니다.
물론 "대만이 중국 본토를 선제 공격할 준비를 한다"는 식의 해석은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훈련은 대부분 정치적 신호이자 억지력의 표현이지, 실제 공격 의도의 발현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억지력이 이전보다 훨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 웨스턴 스트라이크 훈련: 대만군 여단급 편제 참여 — 연합작전 수준의 군사통합 신호
- 발리카탄 훈련 + 하이마스 실사격: 필리핀·대만·미국의 공동 억지 메시지
- A2/AD 전략 구현: 중국의 해상 접근을 원거리에서 차단하는 비대칭 전력 강화
-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 반영: 드론·미사일·전자전 중심의 현대전 양상 적극 수용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 세계 군 관계자들이 확인한 것은, 전통적인 대규모 상륙작전보다 드론, 정밀 미사일,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이 전장의 판도를 가른다는 사실입니다. 전자전이란 전자기 스펙트럼을 이용해 적의 통신·레이더·무기 체계를 교란하거나 무력화하는 작전을 말합니다. 대만이 비대칭 전력과 사이버 방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은 이 교훈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출처: RAND Corporation).
반도체 패권과 회색지대 전략, 대만 문제의 진짜 무게
제가 전역 이후 대만 문제를 계속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순수한 군사 문제가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대만의 TSMC가 보유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은 전 세계 경제 인프라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2나노미터급 공정 기술을 포함한 최첨단 파운드리(Foundry) 역량—여기서 파운드리란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제조 방식을 말합니다—을 대만이 독점에 가깝게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이 대만을 바라보는 시선을 단순한 동맹 관계 이상으로 만듭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대만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짓기도 합니다. 저는 그 표현이 약간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정치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을 중국이 장악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전략적 손실입니다. 그 이해관계가 대만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지속시키는 가장 강력한 동인입니다.
중국의 전략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강대국은 군사력만 계산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실제로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시나리오는 정면 상륙작전이 아니라, 초한전(超限戰)이라고 불리는 복합 전략입니다. 초한전이란 군사·비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해 상대방의 의지를 꺾는 개념으로, 중국 군사전략가들이 1990년대 후반에 공식화한 전쟁 패러다임입니다. 해상 봉쇄, 경제 압박, 사이버 공격, 여론 공작을 동시에 구사하는 방식이지요(출처: Brookings Institution).
그런데 이 초한전이 대만에서 먹히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대만은 선거 개표를 투표소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직접 진행합니다. 디지털 시스템 해킹이나 원격 조작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방식입니다.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고, 제도적 투명성이 유지되는 한 정권 교체를 통한 친중화 전략도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제가 군인으로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결국 이 모든 것이 전면전으로 가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중국도 경제적 비용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계산합니다. 미국과의 전면 충돌이 자국에 미칠 결과를 모르지 않습니다.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군사적 압박과 회색지대 작전이 지속되는 형태이며, 전면전으로 전환될 임계점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34년이라는 시간을 군복 입고 보내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안보는 선언이 아니라 준비가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대만 해협의 긴장은 당분간 낮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전쟁이 임박했다"는 식으로 단정하는 것도, "별일 없을 것이다"며 외면하는 것도 모두 위험합니다. 한국은 이 문제를 반도체 공급망, 해상교통로, 한미동맹, 동북아 안보가 모두 교차하는 전략적 변수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의 출발점은 군사력과 억지력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본 평론은 전직 군인으로서의 개인적인 시각과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