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본토 샤먼과 대만 영토 진먼다오 사이의 거리는 불과 3km입니다. 그 짧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교량 하나가 지금 대만해협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군에서 오랫동안 작전과 대비태세를 다루면서 "진짜 위험한 전쟁은 총성이 울리기 전에 이미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지휘소 상황판을 보며 적의 비군사적·하이브리드 도발 징후를 추적하던 그 감각이, 최근 진샤대교와 대만의 대응 양상을 접하면서 다시 생생하게 살아났습니다.
진샤대교, 교량인가 트로이의 목마인가
중국은 샤먼과 진먼다오를 잇는 약 3km 길이의 진샤대교(金廈大橋) 건설을 추진하며 2026년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진먼다오는 대만 영토임에도 대만 본섬과는 170km 이상 떨어져 있고, 반대로 중국 본토와는 그 절반도 안 되는 거리에 붙어 있습니다. 1958년 금문도 포격전에서 중국이 44일간 47만 발 이상의 포탄을 퍼부었음에도 끝내 함락하지 못했던 그 상징적인 섬입니다.
이 사업을 단순한 인프라 건설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교량이 생기면 왕래가 편해지고 주민 생활이 나아진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논리가 절반만 맞다고 봅니다. 진먼다오는 이미 중국 본토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고, 소삼통(小三通)이라는 제한적 직항 교류 채널을 통해 인적·물적 왕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삼통이란 대만과 중국 본토 사이의 소규모 직접 교통·무역·우편 교류를 허용하는 제도로, 대만해협 양안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운영되어 왔습니다.
문제는 이런 연결이 누적될수록 진먼다오 주민들의 경제적 무게중심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지느냐입니다. 군에서 배운 개념 중 '전략적 취약성(strategic vulnerability)'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는 적이 군사력을 쓰지 않고도 상대의 선택지를 줄여나가는 상태를 뜻합니다.
[진샤대교 건설] ---> [중국 본토 경제·물류 의존도 극대화] ---> [유사시 대만 본토의 방어 결심 무력화]
교량이 완성되고 경제 의존도가 깊어지면, 유사시 대만이 진먼다오를 방어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인프라 그 자체보다 그 인프라가 만들어내는 의존 구조가 진짜 문제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대만 정부가 이를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하며 반발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물론 반발 자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먼다오 주민들이 왜 중국 본토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는지, 그 경제적 공백을 대만 본섬이 어떻게 채워줄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광훈련이 달라진 이유: 현장에서 느끼는 실전적 긴장감
올해 대만이 실시한 제42차 한광훈련(漢光演習)은 이전과 결이 다릅니다. 한광훈련이란 대만군이 매년 실시하는 전국 규모의 방어 전쟁 연습으로, 중국의 침공 시나리오를 상정한 실전 대비 훈련입니다. 예년에는 특정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고 반복 숙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24시간 내내 무작위로 상황을 부여하고 지휘관이 그 자리에서 판단하게 했습니다.
저는 이 방식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제대로 흡수한 결과라고 봅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초기에 우크라이나군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중앙 지휘부가 마비되어도 현장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능력이었습니다. 이것을 군사 교리에서는 임무형 지휘(Auftragstaktik)라고 부릅니다. 임무형 지휘란 지휘관에게 세부 명령이 아닌 달성해야 할 임무의 목적만 부여하고, 방법은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지휘 철학입니다.
이번 훈련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실제 대도시의 인터넷을 차단하고 119 같은 긴급 통신망만 살린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인프라 마비 상황, 즉 통신망이 끊긴 환경에서의 대응 능력을 실제로 테스트한 것입니다. 민간 건설 장비를 동원해 송산공항 봉쇄 훈련을 실시하고, 도심 한복판에서 기갑 부대가 기동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국은 대만군을 가리켜 '딸기군(草莓兵)'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딸기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전에서는 쉽게 뭉개진다는 뜻으로, 대만군의 전투 의지와 능력을 깎아내리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 전략입니다. 인지전이란 물리적 충돌 없이 상대 사회의 인식과 의지를 흔드는 심리·정보 작전을 말합니다. 이번 훈련을 공개적으로 진행한 데는 이런 인지전에 맞서 대만 국민과 외부에 실제 대비 태세를 보여주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봅니다.
군 복무 시절 지휘소 연습이나 야지 훈련을 할 때 가장 아찔한 순간은 "적의 전자전 및 사이버 공격으로 지휘 통신망이 전면 마비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통신이 끊기는 순간 현장 지휘관이 느끼는 고립감과 혼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대만군이 실제 대도시 인프라 마비 상황을 가상해 통신 차단 훈련을 감행했다는 것은, 보여주기식 훈련을 넘어 실전적 생존성을 시험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훈련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 전력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통신이 끊겼다면 위성 통신이나 메시 네트워크 같은 대체 수단을 실전 배치해야 하고, 공항이 공격받는 시나리오를 훈련했다면 분산 기지와 야전 활주로 계획이 구체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훈련 자체가 아무리 현실적이어도 사후 개선이 따라오지 않으면 결국 보여주기에 그칩니다.
M1A2T 에이브람스, 드론 전장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
이번 훈련에서 대만 육군이 도입한 M1A2T 에이브람스 전차의 운용 방식도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M1A2T는 대만이 TSMC를 비롯한 반도체 핵심 시설을 지키는 최후 방어선으로 운용하는 주력 전차입니다. 훈련에서는 전차를 기지가 아닌 민간 폐자재 더미 속에 위장해 숨기고, 일반 주유소와 주차장에서 신속하게 급유한 뒤 곧바로 다음 위치로 이동하는 히트 앤드 런(hit-and-run) 전술을 반복 숙달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는 드론 전장 환경을 이해하면 바로 납득이 됩니다. 드론이 상시적으로 전장 상공을 덮고 있는 환경에서는 아무리 두꺼운 장갑을 가진 전차라도 같은 자리에 머무르면 타겟이 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전차가 드론 한 대에 격파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포착된 게 그 증거입니다. 결국 현대전에서 전차의 생존성은 장갑 두께만큼이나 위치 노출을 얼마나 피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차 상부에 설치된 케이지 아머(cage armor)도 눈에 띄었습니다. 케이지 아머란 전차 외부에 금속 격자 구조물을 덧씌워 드론이나 대전차 로켓의 탄두가 장갑에 직접 닿기 전에 미리 폭발하도록 유도하는 수동 방호 장치입니다. 탄두 위력을 장갑 표면이 아닌 외부에서 분산시켜 치명타를 줄이는 원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측 모두 급조 형태로 이 구조물을 사용했고, 이제는 정식 방호 장비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케이지 아머 하나만으로 드론 위협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 전차의 생존성은 다음 5가지 지표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 작동해야만 확보됩니다.
- 위장 및 은닉 능력: 정찰 드론과 위성 탐지를 회피하는 스텔스 및 다중 위장 기술
- 기동성 및 위치 변환 속도: 탐지 직후 다음 정밀 타격이 도달하기 전 이탈하는 속도
- 능동방호체계(APS): 접근하는 드론 및 대전차 미사일을 실시간 탐지·요격하는 시스템
- 네트워크 정보 공유: 주변 보병, 정찰 드론, 전자전 자산과의 실시간 데이터링크 연동
- 합동 대드론 대응: 보병 및 방공 자산이 전차 주변의 소형 드론을 사전에 무력화하는 교리
결국 미래의 전차전은 '전차 대 전차'가 아니라 정찰 드론, 전자전, 포병, 방공, 보병, 전차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케이지 아머는 그 일부일 뿐이고, 나머지를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진짜 과제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합 통합 능력은 장비를 사는 것보다 운용 교리와 훈련 체계를 바꾸는 데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총성이 울리기 전에 이미 시작되는 전쟁
진샤대교와 대만의 한광훈련은 우리에게 동일한 안보적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군사력을 직접 동원하지 않고도 경제와 인프라 연결만으로 상대의 전략적 선택지를 차근차근 줄여나가고 있고, 대만은 물리적·심리적 차원 모두에서 이에 대응하는 법을 혹독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회색지대 도발과 하이브리드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총성이 울리기 전에 시작되는 비군사적 침투와 안보 위기를 어떻게 읽어내고 관리할 것인가?"
동맹과의 협력은 물론, 자국의 핵심 인프라와 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한국 차원의 전략적 성숙함과 냉정한 계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 본 포스팅은 공개된 국내외 군사·안보 뉴스 및 연구 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자의 개인적 군 복무 및 작전 경험을 더해 작성된 주관적 비평 콘텐츠입니다. 본 글의 분석과 의견은 작성자 개인의 견해일 뿐, 정부나 국방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