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에서 대만해협 긴장이라는 말을 들어도 막연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도 전역 후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만군의 훈련 방식과 전력 구성을 들여다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34년간 포병장교로 복무하면서 배운 것들이 대만군의 변화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이야기입니다.
비대칭전력: 약자의 전략인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인가
대만군이 최근 전력의 무게중심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는 사실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립니다. 대형 함정을 줄이고 킬러 미사일 고속함과 자폭 무인수상정 개발에 집중하는 방향을 두고, 약소국의 궁여지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대칭전력(非對稱戰力)이란 상대방의 강점을 정면으로 받아치는 대신, 상대가 가장 취약한 지점을 파고드는 전력 구성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힘 센 상대를 맨손으로 막으려 하지 않고, 상대가 가장 무서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겁니다. 포병부대 지휘관 시절에 저도 항상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보다 강한 상대가 밀고 들어올 때, 같은 방식으로 맞받아치면 지는 싸움입니다. 그때 살아남는 방법은 상대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대만이 개발 중인 자폭 무인수상정(USV, Unmanned Surface Vehicle)은 단순히 적함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닙니다. 적의 부두와 보급 시설을 파괴해 상륙 작전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전술 무기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항공모함과 대형 상륙함을 앞세운다면, 대만은 그 함정들이 닿을 수 없도록 항구부터 막아버리겠다는 발상입니다. 억지력(抑止力), 즉 상대방이 공격을 시도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건 꽤 정교한 전략입니다.
여기에 아파치 가디언 공격 헬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이 헬기의 동체 일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해 납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만 해도 한국 방산이 이렇게 실제 분쟁 가능 지역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가 만든 기술이 대만 방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출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 방위산업이 전략적 영향력을 넓히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광훈련: 정해진 답을 반복하는 훈련에서 벗어나다
대만의 연례 최대 군사훈련인 한광훈련(漢光訓練)이 최근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시나리오가 사전에 정해지고, 부대는 그 각본에 맞춰 움직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훈련 방식은 우리 군도 오랫동안 익숙하게 해온 것이라 남 얘기 같지가 않습니다.
지금의 한광훈련은 다릅니다. 기습적인 상황 부여와 사전 시나리오 없는 대응 능력을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포병 지휘관으로 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훈련에서 늘 똑같은 공격이 똑같은 방향에서 오면, 장병들은 그 패턴을 외울 뿐입니다. 실제 전쟁에서 적은 절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향으로 오지 않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현역 미군 군사 고문단이 비공식적으로 대만군 훈련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가 없음에도 AIT(American Institute in Taiwan), 즉 미국의 비공식 대사관 역할을 하는 기관을 통해 연합 훈련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을 향한 명확한 전략적 신호로, 미국도 대만해협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대만군은 유사시 무기 생산 시설을 신속히 안전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쟁 지속 능력(戰爭持續能力), 즉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도 군이 싸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을 전력의 핵심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저도 이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무리 강한 증원군이 있어도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지휘체계가 무너지면 싸움은 끝입니다.
전쟁억제: 강한 나라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나라
대만군의 전략을 보면서 "중국을 이길 수 있을까"를 묻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핵심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질문은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가 공격하더라도 국가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느냐"입니다.
전쟁억제(戰爭抑止)란 상대방이 공격했을 때 얻는 이익보다 치르는 비용이 훨씬 크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공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 개념입니다. 대만이 미사일 고속함, 무인수상정, 드론, 기뢰, 분산형 전력을 동시에 확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대만을 쉽게 점령할 수 없다"는 계산이 서는 순간, 침공 결정을 내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대만의 이런 접근법이 실효성이 있는지 판단할 때 참고할 만한 지표 중 하나는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의 군사력 평가입니다. 수치만으로 전쟁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비대칭 전력과 전쟁 지속 능력이 전통적인 군사력 순위와 얼마나 다른 함의를 갖는지 비교해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가 34년 군 생활에서 얻은 가장 단단한 교훈이 있다면, 전쟁에서 첫 번째 목표는 적을 무너뜨리는 것이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자신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만이 서바이벌 게임 문화를 국가 차원에서 장려하고, 민간과 예비군을 실전 훈련에 참여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싸울 준비가 된 사회가 전쟁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대만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이유
대만해협 문제를 "중국과 대만의 일"로만 보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그게 가장 위험한 판단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대만 TSMC는 엔비디아 AI 칩 생태계의 핵심 생산 거점이고, 한국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High Bandwidth Memory) 반도체가 대만으로 수출되는 구조를 생각하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순간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안보 측면은 더 심각합니다. 중국이 대만을 향해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하면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대응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미군 전력이 재배치됩니다. 그 순간 북한이 이를 기회로 오판하고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동시에 위기가 발생하는 시나리오는 우리가 반드시 대비해야 할 최악의 상황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대만군에게서 배워야 할 핵심은 무엇일까요. 제 경험상 이건 장비나 무기의 목록이 아닙니다. 다음 네 가지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 지휘통제 분산배치: 최초 타격으로 지휘체계가 마비되지 않도록 분산하고 이중화하는 것
- 탄약·연료 비축과 복구능력: 전쟁 초기 며칠을 버티게 해주는 물리적 기반
- 민관 협력 체계: 민간 산업시설과 예비전력이 유사시 즉각 전환될 수 있는 구조
- 국민의 심리적 회복탄력성: 혼란에 빠지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유지하는 사회적 능력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나머지가 아무리 강해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집중하다 보면 재래식 전력과 민방위 기반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대만의 사례는 그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국방부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군도 전쟁 지속 능력과 예비전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체감 수준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마치며: 무너지지 않는 시스템이 만드는 평화
대만해협의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지금 당장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안일함으로 외면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습니다. 안보와 경제는 결코 따로 움직이지 않으며, 한 지역의 위기는 순식간에 우리의 일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합니다.
제 경험상 대비되지 않은 시스템은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집니다. 대만이 보여주는 비대칭 전력 체계와 실전형 훈련, 그리고 민관이 연계된 전쟁 지속 능력은 단순히 자기방어를 넘어 강대국의 침공 의지 자체를 꺾는 현실적인 모델입니다. 개별 무기 도입을 넘어 우리 전체 안보 시스템과 복원력을 냉정하게 점검할 때, 비로소 거센 풍랑 속에서도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FAQ: 대만해협 정세와 한반도 안보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대만이 도입하는 '비대칭 전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 체계인가요?
A. 상대의 압도적인 해·공군력에 맞서기 위한 전력입니다. 자폭 무인수상정(USV), 기동형 미사일 고속함, 지대함 미사일, 드론, 지능형 기뢰 등이 대표적이며, 적의 대형 함정 접근과 상륙 작전을 입구에서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Q2. 대만해협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TSMC를 포함한 대만 반도체 공급망 차단과 한국 HBM 반도체 수출길 마비, 그리고 대만해협 해상 수송로 봉쇄로 인한 물류난과 원자재 가격 폭등 등 한국 경제 전반이 즉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Q3. 대만 사태 발생 시 주한미군이나 한반도 안보에 어떤 공백이 생길 수 있나요?
A.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 전력 일부가 차출되거나 재배치될 수 있습니다. 또한 동북아 지역 미군 전력이 대만에 집중되는 틈을 타 북한이 비대칭 도발이나 군사적 기동을 감행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 안내 및 면책조항 (Disclaimer) 본 글은 공개된 언론 보도 및 연구 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문에 수록된 분석과 의견은 34년간 군 복무(포병장교, 지휘관, 참모, 정책부서)를 마친 필자의 개인적인 주관과 경험에 기초한 것이며, 외교·안보·투자 분야의 전문적인 법적 조언이나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본 글은 정보 공유 목적의 시사 안보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