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 역시 처음 뉴스 매체를 통해 이 훈련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단순한 신형 무기 성능 시험 정도로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34년간 군복을 입고 전방 지휘소와 정책 부서에서 수많은 합동 훈련 현장을 직접 계획하고 겪어온 제 눈에는, 이번 대만군의 기동은 결코 평범한 실사격 훈련이 아니었습니다. 대만이 중국과 서슬 퍼런 총구를 직접 대치하고 있는 해역 한복판에서, 미국산 하이마스(HIMARS)를 동원해 첫 서부 해안 실사격을 감행한 것은 전쟁을 준비하겠다는 무력 도발의 선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이 감히 도발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전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가장 강력하고 냉정한 '의지의 시그널'입니다.
지옥도 전략과 하이마스(HIMARS)가 베이징에 보내는 메시지
이번 훈련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전술적 본질이 무엇인지, 독자 여러분은 깊이 있게 짚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대만군은 이번에 계획했던 36발의 유도 로켓 중 32발을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타격했으며, 그 훈련 장소는 다름 아닌 대만 본토의 서부 해안이었습니다. 군사학적으로 서부 해안은 유사시 중국군이 대만을 단숨에 점령하려 할 때 전면적인 상륙 작전을 가장 먼저 시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치명적인 취약 지역입니다. 바로 그 상륙 거부 전선 최전방에서 하이마스를 전개해 포효하듯 쏘아 올렸다는 것, 저는 이 사실 자체가 이번 훈련의 핵심 메시지라고 확신합니다.
많은 분이 잘 아시듯, 하이마스(HIMARS)란 '고기동 다연장 로켓 시스템(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의 약자입니다. 쉽게 말해, 중형 전술 트럭 위에 디지털 정밀 유도 로켓 발사대를 탑재한 형태인데, 기존의 무거운 궤도형 다연장포보다 훨씬 빠르게 도로를 내달리며 장거리 표적을 핀포인트로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첨단 무기 체계입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후방 보급선과 지휘소를 초토화하며 그 가공할 위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바 있습니다.
🎯 대만 하이마스 훈련의 핵심, '슛 앤드 스쿳'
슛 앤드 스쿳 (Shoot and Scoot): 로켓을 발사한 직후 적의 대포병 레이더에 아군의 위치가 포착되기 전, 즉시 엔진을 켜고 해당 진지를 신속히 탈출하는 전술적 '치고 빠지기' 기동입니다.
작전적 의미: 아무리 파괴력이 뛰어난 무기라 할지라도 고정된 진지에 미련하게 묶여 있으면 적의 1차 반격 화력에 순식간에 무력화됩니다. 대만군이 이 능력을 실전처럼 완벽하게 검증해 낸 것은 전장 생존성(Battlefield Survivability) 측면에서 엄청난 진전입니다.
또한, 이번 실사격은 대만 국방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지옥도 전략(Hellscape Strategy)'의 매우 중요한 퍼즐 조각입니다. 지옥도 전략이란 중국군이 대만 해협을 건너 무리한 침공을 시도할 경우, 수천 대의 공중 자폭 드론, 무인 수상함, 인공지능(AI) 잠수정을 총동원해 대만 해협 자체를 그야말로 지옥 같은 치명적인 공간으로 변모시켜 침공 비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전쟁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비대칭 억제 개념입니다.
제 군사적 경험상 이러한 극단적인 방어 전략은 실제로 전면전을 치르기 위한 목적보다, 상대방이 "이 전쟁은 시작해 보았자 실익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여 아예 '시작조차 못 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억제력(Deterrence) 구축에 완벽한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억제력이란 상대방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했을 때 치르게 될 참혹한 대가를 평시에 투명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적의 도발 의지 자체를 원천적으로 꺾어버리는 고도의 전략적 심리 효과를 말합니다.
대만이 이미 미국으로부터 약 16조 원 규모의 대규모 첨단 무기 패키지 구매를 확정 짓고, 이에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맞불 군사 훈련으로 민감하게 반발하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 이번 하이마스 기동은 단순한 군비 증강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지정학적 시그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만 해협의 파고가 높아질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 안보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륙 거부: 중국군의 주력 상륙 예상 지점인 서부 해안에서 직접 타격 능력을 과시한 선제적 경고.
생존성 입증: '슛 앤드 스쿳' 전술 능력을 실증하며 적의 반격 속에서도 작전을 지속할 수 있음을 증명.
비대칭 억제: 드론 및 무인 전력과 하이마스를 결합한 다층적 지옥도 억제 체계의 가동력 확인.
주권 수호 포석: 16조 원 규모의 대규모 무기 도입을 통한 장기적 자주방위 인프라의 확고한 구축.
대만해협의 군사적 위기가 우리 한반도 안보에 던지는 무거운 질문
그렇다면 이 뜨거운 대만 해협의 상황이 과연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저 멀리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요? 저는 절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해협에서 실제 무력 충돌이나 봉쇄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 일본, 호주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역의 기존 안보 구조와 해상 물류망이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출처: RAND Corporation). 특히 이 지역의 미군 전력과 국제 사회의 시선이 대만 해협으로 분산되고 긴장이 고조될수록, 한반도의 북한이 이를 절호의 '전략적 기회'로 판단하고 기습적인 도발이나 오판을 감행할 가능성이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대만 상황을 결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바라볼 수 없습니다.
제가 34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경계했던 전술적 과오 중 하나는, "설마 적이 이 타이밍에 도발을 감행하겠어?"라는 지휘부와 사회 전반의 안일함이었습니다. 안보에서 방심은 곧 패배이며 죽음입니다. 북한은 역대로 국제 사회의 시선과 미국의 전력 자산이 우크라이나나 중동 등 다른 거대한 분쟁 지역에 집중되어 공백이 생길 때마다, 예상치 못한 시기와 장소에서 비대칭 도발을 감행해 왔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장기전, 중동의 복합 분쟁, 그리고 대만해협의 전술적 긴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요동치는 지금의 다극화 상황은 북한에게 일종의 위험한 전략적 공백이자 기회의 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미래전의 핵심인 네트워크 중심전(NCW, Network Centric Warfare) 개념을 다시 한번 복기해야 합니다.
🌐 미래전의 핵심 아키텍처, NCW전
개념: 전장에 배치된 드론, 정찰위성, 지상 하이마스, 해상 자산 등 각각의 독립된 무기 체계와 부대를 하나의 매끄러운 디지털 네트워크로 촘촘하게 연결하는 패러다임입니다.
효과: 실시간 전장 정보 공유를 통해 '포착하는 즉시 타격'하는 통합 화력 운용을 가능케 합니다. 대만이 하이마스를 무인 드론 및 위성 데이터와 실시간 연동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 NCW 개념의 완벽한 실현에 있습니다.
우리가 운용하는 한미연합사령부의 훈련 체계 역시 정확히 이와 동일한 NCW 원리를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현역 시절 직접 참여하고 계획했던 수많은 대규모 합동·연합 훈련에서 지휘부가 항상 피를 토하듯 강조했던 것은, 눈에 보이는 개별 무기의 화려한 성능이 아니라 그것들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묶어주는 '통합된 지휘통제 체계'와 장병들의 '즉각 대응 능력'이었습니다. 아무리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최첨단 무기를 도입할지라도, 그것을 유기적으로 묶어낼 지휘 네트워크와 운용 인력의 숙련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전에서 그 무기는 한낱 고철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교범 속 박제된 문구가 아닌, 피로 씌어진 전술적 진리입니다.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국방연구원(KIDA)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대전에서 정밀유도무기와 저비용 드론 전력의 유기적 결합은 기존의 전장 판도를 완전히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국방연구원). 대만의 이번 하이마스 실사격 기동 역시 정확히 이러한 현대 미래전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 위에 서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군 역시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교묘해지는 사이버 테러와 후방을 교란하는 무인기 침투 등 다차원적 복합 위협에 빈틈없이 대응하기 위해 정밀타격 능력과 네트워크 중심의 즉각 대응 체계를 끊임없이 벼리고 강화해 나가야만 합니다.
군사학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지휘관들에게 가르치는 부동의 제1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원칙입니다. 그리고 그 최선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상대방이 감히 우리를 향해 도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보복 대응 능력을 평시에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대만군이 감행한 이번 하이마스 서부 해안 실사격은 그 안보적 대원칙을 가장 정직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국제 사회에 실증해 보인 생존의 훈련이었습니다.
결국 강한 국방력과 준비된 안보는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호전성이 아니라, 소중한 평화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전쟁 억제력의 방패입니다. 대만의 처절한 지옥도 전략과 하이마스 실사격 훈련이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는 지금 다가올 거대한 위기 앞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 저는 군복을 벗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안보 전문가로서 이 묵직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일같이 던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무기 체계 도입, 실전보다 더 가혹한 반복 훈련, 굳건한 한미동맹의 결속,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지킨다'는 국민적 안보 의식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그 어떤 거센 지정학적 파고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의 철통같은 대비태세가 완성될 것입니다.
본 평론은 전직 군 지휘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시각과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