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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항공엔진 (CCA협동전투기, 기술주권)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6. 25.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500파운드급 국산 항공 엔진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KF-21 보라매에 탑재된 미 GE사의 F414 엔진을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체급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업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무인기용 소형 엔진 프로젝트로 가볍게 보지 않았습니다. 34년간 군에서 수많은 무기체계를 지켜보면서 기술 주권이 국가 안보와 전력 유지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명품 무기를 만들면서도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만큼은 우리 손으로 온전히 만들지 못한다는 현실이 늘 지휘관으로서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전직 군인의 시각에서 이번 엔진 개발이 갖는 숨은 전술적 가치와 방산 안보의 미래를 냉정하게 해부해 보겠습니다.

기술 주권의 유무와 CCA 엔진의 전술적 전력 가치

군에 몸담으면서 제가 직접 목격했던 가장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는, 특정 핵심 부품의 수출 승인이 제한되거나 공급국의 정치적 역학 관계가 바뀌면서 우리 군의 장비 운용에 예기치 못한 차질이 생기는 경우였습니다.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무기라도 핵심 공급망이 끊기거나 독자적인 성능 개량 권한이 없으면, 그 순간 전력 가치는 급락하기 마련입니다. K9 자주포나 K2 전차가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본질적인 이유도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개량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온전한 주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항공 엔진 분야는 전 세계에서 극소수의 국가만이 독자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철저히 통제하는 고도로 폐쇄적인 영역입니다.

이번에 개발되는 엔진은 미래 전장의 핵심이 될 무인 협동 전투기, 즉 CCA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CCA(Collaborative Combat Aircraft)란 유인 전투기와 한 팀을 이루어 작전하면서 위험 지역에 먼저 진입해 임무를 대신 수행하거나 센서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해 주는 무인 전투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미 공군이 이미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이 흐름에서 뒤처지면 안 됩니다.

특히 이번 4,500파운드급 엔진에서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핵심 기술은 시동 발전기의 엔진 축 직접 통합입니다. 여기서 시동 발전기(Starter-Generator)란 엔진을 최초로 구동시키는 시동 기능과, 비행 중 항공기 내부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 기능을 단 하나의 장치로 결합한 첨단 부품을 의미합니다.

기존 무인기들은 공간과 무게를 따로 차지하는 개별 장치를 썼지만, 이번 국산 엔진은 이를 축에 직접 통합해 최대 100kW의 고출력을 뿜어냅니다. 이는 단순히 기체를 가볍게 만드는 소형화 기술을 넘어, 미래형 고출력 AESA 레이더와 고도화된 전자전 장비를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한 전력 구조 자체의 혁신입니다. 여기서 AESA 레이더(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란 사방으로 전파를 동시에 발사해 다수의 표적을 실시간으로 탐지·추적하는 능동위상배열 레이더로, 현대 전투기의 눈 역할을 하지만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즉, 미래의 날아다니는 컴퓨터를 안정적으로 돌리기 위한 선제적 전력 확보인 셈입니다(출처: U.S. Air Force).

요약: CCA 엔진 개발은 무인기 한 대의 심장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항공 추진기관 기술 생태계를 자력으로 구축하기 위한 첫 번째 계단입니다.

단계적 기술 축적을 위한 피라미드 전략의 현실성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왜 KF-21의 엔진을 처음부터 당장 국산화하지 않느냐"는 성급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저 역시 현역 시절 그런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군의 무기체계 도입 심의와 소요 제기 과정에 참여하며 외국산 부품의 낮은 국산화율 때문에 후속 군수지원(ILS) 과정에서 피를 말리는 고통을 겪었던 실무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항공 엔진은 전투기 기체 제작보다 개발 난도가 몇 배는 더 높은 영역입니다. 전차 엔진 하나를 제대로 국산화하는 데도 수십 년의 시행착오가 필요했는데, 1,000도가 넘는 가혹한 고온·고압 환경을 수만 시간 이상 완벽히 버텨내야 하는 전투기용 터보팬 엔진의 난도는 차원이 다릅니다.

따라서 형 무인기용 고 바이패스 엔진에서 출발해 5,500파운드급 저 바이패스 스텔스 드론용 엔진, 그리고 1만 파운드급을 거쳐 최종적으로 2만 파운드급 이상의 전투기 엔진으로 확대해 나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단계적 로드맵은 대단히 현실적이고 영리한 전략입니다. 한 번에 무리하게 최정상의 기술만을 목표로 삼았다가 예산과 시간만 낭비하고 좌초된 무기 개발 사례를 저는 군 생활 중에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위험을 분산하며 내실을 다지는 방식이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이번 사업의 제작 방식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기존의 깎아내는 절삭 가공이 아닌 적층 제조 기술의 대거 도입입니다. 여기서 적층 제조(Additive Manufacturing)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금속 분말 등의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려 복잡한 형상의 고부가가치 부품을 정밀하게 만들어내는 첨단 제조 공법을 뜻합니다. 이를 통해 기존 공법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했던 엔진 내부의 복잡한 냉각 채널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고, 부품 수의 획기적인 감소와 제작 기간 단축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개발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빠른 시제품 검증을 가능하게 하여, 우리 군의 기술 축적 속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민군 겸용 시장의 확장성과 한국 방산의 공백 해소

군에서 새로운 무기체계를 평가하고 도입할 때 성능만큼이나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요소가 바로 미래의 '확장성'과 경제적 자생력입니다. 이번에 개발되는 무인기용 고 바이패스 엔진은 연료 효율이 대단히 뛰어난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향후 민간의 비즈니스 제트기 엔진으로의 응용 및 전환이 충분히 가능한 훌륭한 자산입니다. 이는 과거 글로벌 항공 엔진 기업들이 군용으로 개발된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민항기 엔진 시장에 진입해 압도적인 세계 점유율을 확보했던 성공 전략과 정확히 일치하는 맥락입니다(출처: CFM International). 민군 겸용 시장을 통해 초기 막대한 개발비를 상쇄하고 안정적인 생산 물량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다면, 국산 항공 엔진 산업 생태계의 자생력은 비약적으로 단단해질 것입니다.

물론 갈 길은 멉니다. 아무리 정밀한 설계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실제 극한의 고온·고압 환경을 버텨내야 하는 특수 소재 기술과 이를 장시간 검증할 실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은 이 사업을 마냥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냉정한 변수입니다. 그러나 시작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감추고 있는 그 독점적 데이터는 영원히 우리 손으로 쌓을 수 없습니다.

34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한 지금도 대한민국 방산의 위대한 흐름을 늘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항공 엔진은 언제나 우리 안보 기술 지도 위의 뼈아픈 공백이었습니다. 이번 4,500파운드급 프로젝트가 그 넓은 공백을 당장 완벽하게 채우지는 못하겠지만, 이 도전이 성공적으로 축적된다면 203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공군의 핵심이 될 KF-21 후속 전투기와 무인 전력의 심장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위대한 길목이 열릴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이 엔진 개발 사업이 가진 진짜 군사적 가치이자 안보적 본질입니다.


본 평론은 개인적인 군 복무 경험과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hhoh71pq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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